장소 : 사진카페 사진쟁이 1019 (인사동 소재)
일정 : 2006년 6월 19일부터 - 7월 9일까지
제목 : 11449
태어난지 11449일 째 되는 날 나는 태어나서 두 번째 전시를 한다.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날은 숱하게 많았던 날들 중에 하나이며
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이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을 할 것이고
밥을 먹고 길을 가고 지하철을 탈 것이다.
그리고 외로움에 몸서리 칠 것이다.
이 사진들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어느 순간에
어딘가에서 만들어 진 것들이다.
내가 늘 보고 지나치는 일상들 풍경들 사람들
어느 것이든 나는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날에 보여질 특별하지 않은 사진들은
특별하지 않은 내 존재와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한다.
조금 예민한 사람은 그 때 그 자리에서 느꼈던 내 감정, 내 생각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길을 가고 지하철을 탈 것이다.
그리고 외로움에 몸서리 칠 것이다.
이 사진들은 특별하지 않은 나의
특/별/한 흔적들이다.
- < 작가의 작업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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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9. 이정우가 전시의 제목으로 택한 11449라는 숫자를 쓰고 또 쓰면서 생각해본다.
일만천사백사십구는 지금까지 이정우가 살아온 날 수란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 온 바로 여기 ‘지금’까지의 하루하루를 합한 숫자인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아! 이사람. 이정우구나! 역시 이정우야 하고 생각한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며 새로운 도약이다. 이것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나는 기쁘고 기쁘다. 스스로의 사진으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고행을 시작한 것이다. 구도자求道者. 구도는
아무나 보고 행할 수 없는 일이며 지금의 이 시작은 하나의 사건이다. 물질적 가치만이 활황하는 이곳에서 홀로 탐구하는 세상의
가치를 이야기 하려는 그것을 알았을 때 내가 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기쁘고 즐겁다.
수많은 구도자중에서도 최고의 구도자는 그래도 석가모니 부처나 예수 일 것이다.
그 소름끼칠 정도의 엄청난 저 세상의 이야기를 매일 똥 싸고 밥 먹듯이 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 전시는 이정우가 이렇듯 발버둥치며 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정신, 정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정우의 방황을 본 적이 있다.
퇴근길 어느 날 밤에 길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그렇듯 편한하게 느끼며 머무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걸어만 다니는 그 길을 따라 자신도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걷기만 하던 어느 날 벌러덩 누워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비록 세상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바보 취급하더라도 그 편안함 속에서 환희와 해방감을 느끼는 그런 행위는 바로 그 구도의 정신적
가치를 몸으로 느끼는 소중한 순간인 것이다.
구도자들이 찾아 헤매는 아가페적 가치를 요즘 사람들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거리로 안다. 바보, 바보를 잘 관찰해보라. 바보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간다.
나는 32살. 이렇게 하면 간단할 것을 11449 이렇게 이야기 할줄 아는 자기식의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 자기식인 주장을 할줄 알기에 이정우가 찍은 일상은 그저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이정우식으로 환원되어진 새로운 가치이다.
1019, 이것은 내가 혹은 우리가 사진으로 주장하는 1019식 암호이다. 우리식인 방법을 찾아가며 사진하며 사는 방법 찾기가
1019인 것이다. 1019식 사진암호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세상에 살면서 자기가 사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자기식인 방법으로
진솔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진으로 사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의 참 진면목을 알아가는
것. 사진으로 도를 닦는 구도자 길, ‘너 자신을 알라!’ 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1019식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정우는 2005년 1019사진상 수상자다. 이 전시는 그 상을 받은 것을 기념으로 하는 전시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기쁘고
즐겁다. 허울이 좋아 사진상이지 아무 드러냄 없이 상이라고 이름만 있는 상이 아닌가 하고 수없이 생각하고 또 했다. 이제 나는
1019사진상의 가치를 느낀다. 이렇듯 자기 식으로 사는 방범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할 때 마다 기쁘고 기쁘다. 그래서
이정우에게 감사하다. 같이 이렇게 발전해 가고 있음을 느끼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 사진을 보러 오라!
이정우가 주장하는 이정우의 세상을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느껴보자.
0606140641 되었군요. 끝이 없는 이 세상 시간을 잠재울 그날까지 쉽고, 재미있고, 즐겁게, 꾸준히!
- 글 : 최 광 호 (사진가) -